작성일 : 23-11-15 08:53
이용후기 온라인홀덤
 글쓴이 : 이필창
조회 : 548  
그 순간 찬성은 왼발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무언가 강한 압력에 잡힌 듯 발이 떼어지지 않아서 놀란 그는 ‘비검-오성화(五星花)’를 펼치는 양 사저의 손이 은은하게 빛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력의 손아귀’. ‘중력 마법’ 중 가장 기초 마법으로 대상의 일부를 아주 잠시 붙잡는다.

설마 비검을 시전함과 동시에 마법을 사용할 줄은 상상도 못한 찬성이었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거지. 나도 비검이랑 게임 스킬이랑 엮어서 쓰는데…….’

챙강!

그래도 대사형의 관록과 파성검각 최강이라는 격은 어디 가지 않는 듯 ‘비검-오성화’를 모두 받아치기는 했다.

그러나 당황한 그 한 틈 때문에 반격할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것이다.

“마법이라는 거 재미있지 않아? 후후훗, 사제는 너무 일직선이라서 검성(劍星)을 골랐겠지만, 나는 아니거든~”

“그러… 네요! 윽!”

찬성은 ‘중력의 손아귀’를 이겨 내고서 다시금 발돋움해서 뛰어가 검을 휘두르려 하는데, 양 사저는 검을 쥐지 않은 손으로 주문을 시전했다.

“‘감속’. 느려져라~”

‘또 몸이 무거워! 아니, 하필이면 왜… ‘중력 마법’인 거지?’

사전에 마검사에 대해 미니멈실버로부터 배우긴 했지만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의 모든 마법을 다 머릿속에 집어넣기엔 시간도, 찬성의 두뇌도 부족했다.

게다가 양 사저가 선택한 ‘대지 마법’과 ‘중력 마법’은 데미지 딜링 계열이 가장 적고, 보호와 유틸리티만 강요된 방향이라서 비주류. 완전히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흡!”

“‘감속’으로 20퍼센트가량 느리게 해도 이 정도로 예리한 검이라니, 무시무시하네.”

하나 20퍼센트 정도 느려지긴 했어도 찬성의 검은 예리하기 그지없었고, 양 사저는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찬성의 검에 맞섰다.

사실 이런 종류의 디버프 마법은 신관과 같은 클래스가 ‘디스펠’만 해 주면 빠르게 커버할 수 있었지만, 찬성은 지금 ‘사쿠라마치 길드’ 후방 쪽에서 혼자 격전 중이어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후후훗, 사제의 단점은 ‘검술’ 외에는 경험과 시각이 매우 단조롭다는 점이야. 기왕 게임을 했으면 나처럼 ‘마검사’라든가, 그런 전혀 새로운 걸 했어야지. 시야를 넓히려면 새로운 경험이 최고니…….”

“‘비검-칠성운(七星雲)’! 은하검법 비전 1식 ‘타오르는 샛별’!”

상대가 마법으로 장난을 친다면 이쪽은 더 압도적인 힘으로 벨 뿐이다.

일곱 갈래로 날아간 ‘타오르는 샛별’의 검기가 양 사저를 베었고, 동시에 그 궤적을 따라 바닥에서 불이 타오르는데…….

“‘점멸’. 사제, 내 스킬 다 모르니 갑갑하지? 후후훗, 하지만 나는 다 알고 있는데~”

찬성의 뒤로 순식간에 이동해 버리는 그녀였다.

지금까지의 전투로 보기엔 그녀는 마검사라기보단 마법사 같았지만, 일반적인 ‘검사’의 스킬은 어쭙잖게 내밀면 찬성에게 공격 찬스만 주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게 없었다.

‘자자, 찬성 사제, 과연 어떻게 대응할 거지?’

“…….”

“시간만 보내면~ 공성전 끝나 버릴 건데~ 내성 공략할 시간이 있을까? 후훗.”

양 사저가 마법을 통해 찬성을 농락하면서 여유롭게 대처하는 가운데 시간은 계속 흘렀고, 시간이 끌리면 끌릴수록 찬성의 이번 공성전은 패색이 짙어질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이라는 걸 알려 주는 그녀였다.

‘역시 양 사저, 만만치 않아.’

검술로는 게임에서든 현실에서든 자신을 이길 수 없는 것을 알고서 ‘마법’이라는 수단을 익히고 준비한 것은 정말로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 찬성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내 수를 다 알고 있어서 대처를 다 준비해 왔어.’

“역시 ‘비검-사성절(四星切)’ 하나는 명품이네. 그래서 상대 안 할 거지만~ 후훗~”

대처를 완벽히 준비했고, 그것을 이행할 실력도 갖춘 양 사저에게 완전히 ‘공략’당한 찬성은 일반적인 수단으로는 그녀를 이길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일단 한번 빠져서… 동료라도 부를까? 아냐. 어차피 내가 후방과 측면을 흔들지 않으면 이 전황은 나아질 수가 없어. 그러면 방법은!’

생각을 하고 또 하다가 떠오르는 하나의 방법.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찬성은 그 방법을 이행하기로 했다.

“어머?”

“후우우~”

그것을 자각한 찬성은 한 발 물러서서는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

그녀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흔들린 자신을 바로잡고, 잡념을 떨치고 검을 휘두르기 위해서였다.

“사저 덕분에 게임에서 또 하나를 배우게 되네요.”

“칭찬 고마워.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할 거지?”

“단숨에 끝내야죠.”

척…….

찬성은 검집에 검을 집어넣은 뒤 자세를 잡고 집중했다.

그리고 찬성의 기척과 기운이 놀라울 정도로 조용해지는 가운데, 양 사저는 그 자세를 보고 뭘 하려는지 짐작했다.

‘설마… 찬성 사제? 여기서 ‘팔성(八星)’을 쓰려고? 분명 기계의 한계로 칠성(七星)이 최대라고 하지 않았나?’

현존하는 가상현실 기기가 ‘비검’을 구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찬성이 가르간트 레이드에서 ‘비검-칠성운’을 사용했을 때 기계가 망가졌다는 정보를 입수했는데… 설마 그 위의 비검까지 사용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그녀였다.

‘블러핑? 아냐. 찬성 사제는 이런 걸로 장난치거나 속임수를 쓸 사람이 아니야.’

검(劍)처럼 순수하고 곧고 직선적인 남자다.

게다가 저 완전히 기색을 감춘 것과 자세는 산속에서 스승과 찬성 사제가 펼치는 걸로 보았던 그 ‘팔성(八星)’이 맞았다.

“갑니다.”

‘위험해! 일단 물러나야……!’

위험을 감지하고 ‘점멸’ 마법을 사용하는 순간, 찬성의 검집과 검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오면서 그녀의 시야를 뒤덮었다.

[파성검각 비검-팔성극(八星極)]

자세는 허리에서 검을 뽑으면서 펼쳐지는 발도술. 하지만 이는 단순한 발도술이 아니다.

빛을 뿜으면서 휘둘러지는 발도술의 궤적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양 사저를 쫓았고, 정면에 있던 양 사저가 ‘점멸’을 써서 뒤로 향했지만…….

‘아, 역시! 이거 진짜야!’

감탄하는 그녀를 찬성은 온라인홀덤 쫓아와 있었다.

마치 처음처럼 정면에서 검을 뽑아 휘두른 자세로 찬성은 ‘양 사저’에게 발도술을 휘둘러 갔다.